코바늘을 시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다 거쳐간다는(?)
코바늘로 수세미 뜨기!
우리집은 원래 이렇게 생긴 일반 수세미를 썼었는데
아무리 물을 꼭 쥐어짜고 걸어놓아도 수세미 자체가 물을 어느정도 머금고 있어 쫙 빠지지 않아서 ㅠㅠ
금방 쉰내가 나고 자주 끓는 물에 삶아줘야하고... 그래도 몇주마다 교체해줘야 해서 은근 신경이 쓰였다.
(참고로 전자렌지에 스펀지를 돌리는 방법은 살균이 되지 않음)
그런데!
몇년전이었나? 시댁에 놀러갔는데 시어머님이 요렇게 통통하게 생긴 코바늘 수세미를 주셔서(본인이 뜨신건 아니고 어디서 선물받으셨는지 사셨는지 싶다) 한번 써봤는데 진짜 신세계...!!!
난 코바늘 수세미=이렇게 생긴 납작 수세미만 봤었는데....!!!!
100% 아크릴 소재는 세제없이 물만으로 기름기 제거가 된다고 하는데... 일단 세제를 써도 거품이 거의 안나니 설거지 하는것 같지도 않아 싫어했었다 ㅋㅋㅋ
근데 요 통통한 호빵스타일 수세미는 일단 내 예상과는 달리 아주아주 적은 양의 세제로도 거품이 너무너무 잘 나고 무엇보다 걸어두면 물이 너무너무너무 금방 쫙 빠져서 쉰내가 안(덜) 나는것이었다!!!
집앞 Michaels 에 가니 이런 수세미용 실을 판다 ㅎㅎ
많이들 수세미 실로 알고 있는 이 실은 100% Polyester 임.
내구성이 좋고 습기의 빠른 배출이 장점. 폴리에스테르는 그래서 의류나 침구에도 많이 쓰인다.
합성 섬유이고 물을 잘 머금지 않다보니 천연 재료에 생기기 쉬운 벌레나 곰팡이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
아까 딸기 수세미 같은 100% 아크릴 수세미는 기름기를 잘 빨아들여 분해하고,
역시 합성 섬유라 세균 억제에 탁월하다.
(사실 둘다 친환경 수세미는 아니다.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는 둘 다 엄연히 합성 섬유이고,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사용시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킴.
그리고 반영구적이라고 광고하는데, 아크릴이든 폴리에스테르 수세미든 쓰다보면 어느순간 세정력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느끼게 된다.
수분은 잘 배출시키지만 기름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수세미에 흡착되어 이것도 결국 쓰다보면 버리고 새걸 써야함.
공방지기 혹은 실 판매자의 "친환경" 문구에 현혹되지 말길!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수세미를 쓰고자 한다면, 아래 사진처럼 100% 면으로 된 실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수세미 삶기가 가능해짐. 아크릴이나 폴리 수세미는 삶아서 되돌릴 수가 없다.)
친환경, 올가닉, 페어트레이드 등등을 추구하는 가게인 Whole Foods 같은 곳에만 가도
이미 100% 면 소재로 만든, 코바늘로 뜬 화장 지우는 패드 등등 여러가지를 팔고 있음.
Etsy 같은데도 보면 순면으로 뜬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많이 판다.
한국은 아직 면으로 만든 제품을 거의 안 쓰는 것 같음.
하지만 이미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와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이다.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제품들이 공정 과정에서, 그리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이미 많이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수세미 하나로 미세 플라스틱을 줄인다고 줄여질 수준이 아니기 때문..........
그러므로 나는 폴리에스테르 실로 코바늘 수세미를 만든다 ㅋ..
이 수세미를 면으로도 만들어봤는데 물빠짐이 확실히 느리고, 일단 거품이 잘 안남 ㅠㅠ거품덕후
클로버 수세미 도안!
1장 짜리 도안이지만 우리는 이걸 2장 떠서 겹쳐가지고 호빵수세미처럼 통통하게 만들어 사용할 예정임!
H 사이즈, 5mm 짜리 코바늘을 사용.
여러 사이즈 바늘로 만들어 봤는데, 작은 사이즈를 사용하면 모양이 예쁘긴 하지만
큰 바늘로 숭덩숭덩하게 떠야 거품도 더 잘나고, 물이 쫙쫙 더 잘 빠진다.
인스타 혹은 블로그나 웹사이트 같은 데에서 코바늘 수세미를 파는 팔이피플들의 제품을 보면
어차피 자기가 쓸 게 아니고 파는 제품이기 때문에 예쁜 겉모양을 중요시해서
적당한 사이즈의 바늘로 촘촘하고 예쁜 모양으로 떠서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ㅎㅎㅎ
1단을 뜬 모습.
보면 알겠지만 5mm 바늘로도 이것보다 더 촘촘하게 뜰 수 있지만 일부러 헐렁헐렁하게 떴다.
2단을 다 뜸
아까 사슬코를 3개 떴던 마지막 사슬을 저렇게 코수 표시 링으로 걸어두고
그 자리에다 빼뜨기를 하면 빼뜨기 할 코 찾기가 편하다.
오른쪽은 100% 면 실로 떠본것. 면은 뜨는 중에 찍었음ㅋ 그래서 이파리가 몇개 부족
도안대로 클로버 수세미를 다 떴으면 똑같이 한장을 더 뜬다.
나는 뜨개질은 고수지만 코바늘은 초보라서 클로버 수세미 한장 뜨는데 처음엔 30분정도 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하도 여러개를 뜨다보니 점점 만드는 시간이 줄어 이제는 15-20분 정도면 한장을 뜸 ㅎㅎㅎㅎ
두번째 클로버를 뜬 다음 실을 여유있게 자르기!
두장을 겹친 다음, 돗바늘로 바느질하듯이 두장을 합체해준다.
돗바늘로 합치는 방법 말고, 짧은뜨기로 테두리를 쫙 둘러준후에
다른 한장이랑 짧은뜨기 혹은 빼뜨기로 합치는 방법도 해봤는데, 그렇게 하니까 클로버 이파리의 올록볼록 부분이 덜 살아나 그냥 거의 동그란 수세미가 되었다 ㅎㅎㅎ
그래서 그냥 바느질하듯이 합체해줌.
오늘 뜬 건 엄마한테 선물!
울엄마도 원래 일반 수세미를 쓰셨는데, 내가 작년에 하나를 떠 드린 이후로 너무 좋아하고 잘 쓰셨다.
맨날 내가 밴쿠버 갈때마다 나만 보면 이거 너무 좋다고, 미국 가기 전에 수세미 한 5개정도 떠놓고 가라고 성화이심 ㅋㅋㅋㅋㅋ
하도 잘 쓰셔서 내가 작년 여름에 하나 떠드렸던 수세미가 지금 보니까 거의 닳아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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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 Crochet] - 코바늘 하트 뜨기 / 코바늘 하트 수세미 만들기